일기

자기주장이 강한 것에 대하여

漫澜만란 2021. 3. 14. 05:08

한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내가 형성한 이고는 상당히 서구적인 마인드다.
지향성을 볼 때 합리적인 것, 수평적인 것(꼭 그렇다기 보다는 한국/일본에 만연한 소통 없는 수직관계를 불쾌하게 느낀다)에 이끌리고 이를 추구하다보니
한국 기준으로 봤을 때 assertive,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첫째, 몸짓에서 확고한 의사표현으로 나타난다. 걸을 때 타인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거리를 항상 유지하지만 내 행동반경 안에서 나는 자유롭게 움직인다.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지 않고 지하철 정거장/도보에서 기다리는 동안 가벼운 몸 푸는 운동도 하며, 걷는속도를 조절하면서 다른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피한다. 장요근으로 성큼성큼 걷기 때문에 걷는 모양새도 보기에 따라 약간 위압적일거라 생각한다. 나는 차량이던 사람이던 내 보행노선과 겹치게 된 대상을 지나가게 내버려둔다. 내가 먼저 양보하겠다, 랄까. 좀 우습지.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편하다.
둘째, 언어표현이다. 재밌게도, 몸짓의 확고한 표현에서 문제를 느낀적은 별로 없다. 한국 사람들은 정확한 몸짓에 대해 순간적인 예민함은 느끼지만 해가 없음을 인식하고 나면 금세 순응한다. 내리누르는 힘에 따르는 게 익숙한걸까. 하지만, 언어표현에 대해서는 다르다.
확고한 언어표현을 하는 편이다. 머리속에 드는 생각을 언어로 남김없이 표현하는 편이다. 통역을 업으로 해온 탓도 있겠다.(언어표현의 재미, 타인과 소통하는 재미를 배웠다.) 상황에 맞춰 표현을 달리 하지만, 말은 항상 한다. 한국사람들은 이를 피곤하게 생각한다.(이 부분은 확실시하고 있다.) 쇼핑시에 접객원들은 내가 말로 생각을 표현하면 내심 피곤해하는 것 같다. 남자 점원들이 특히 그렇다.(군대선임에 어쩔수없이 맞장구치는 것 같달까.) 이해는 한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일하는 사람'(근무중이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인)은 본심을 숨기고 순응하는 것에 맞춰져 있으니까.(남녀무관하게 자기표현을 하는 점원은 오히려 나와 코드가 맞다. 그래서 사실 아줌마 점원들이 더 말도 잘 받아주고 편하다.)
이는 사실 대화가 전개되기 전 단계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상하관계가 구분된 구도지만
나에게는 수평적인 구도로 관계가 인식되기 때문이다. 점원들은 비이성적 고객으로 인해(maverick customer)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은 기업에서 직원보다 고객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직원의 존재를 시급이 정해진 노동으로 파악하기 때문이지.
동국대 이상현 교수님의 서비스마케팅 수업에서 배운 '고객으로서의 자기주장은 기업와 고객 모두에게 이익과 신뢰를 준다'는 정리를 실천하고 얻은 내 해답이 이건가 보다. 잘 배운 수업이구나.

아무튼 정리해놓고 보니 난 타인과의 관계구도를 항상 수평적인 것에 맞추고 보다보니,
군에서도 장교로서 수평적인 것을 시도했으나 병사들은 아무리 잘해줘도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을 선호한다. 장교들이 병사들에게 말을 거는 건 병사들의 노동력을 사용하거나 이들을 감정적 배출구로, 그러니까 병사를 도구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관계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물론 소통을 즐기는 단계로까지 관계가 확장되었지만, 신뢰가 확보되지 못한 초단기적 관계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