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말다툼과 계획.

漫澜만란 2021. 6. 4. 22:15

입사동기와 일전에 단톡방에서 싸웠던 일로
오늘 다시 한번, 그리고 가능하다면 마지막으로, 충돌했다.
싸우기 전까지 친한 동기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싸운 이후부터 데면데면한 정도를 넘어 사람취급을 받는 느낌이 아니어서 그동안 억눌러온 감정이
오늘 아침 출근해 둘만 있던 사무실에서 터져나왔던 것이다.
싸우게 된 계기와 각자의 동기는 일상적인 사람관계가 그렇듯이 사소한 것이었다.
약간의 이권다툼, 또는 이권다툼처럼 보이는 것에 사람의 감정이 십중팔구를 채우고 나서 화약처럼 눌러붙는 것이 때가 되어 터지는 것이 사람간의 일상적인 다툼이다. 다툼을 통해 이권을 쟁취한 경우는 드물다. 애초에 이권다툼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악의를 느끼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위협, 부담, 억울함,

아무튼 상대방이 울분에 울음을 터뜨리고 나서 화해하는 대화를 통해 그간의 발단을 공유한걸로 마무리한 오늘의 말다툼을 돌이켜보면서, 상대방을 몰아세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재검토할 필요를 느꼈다.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왜 자꾸 저를 불편하게 하세요? 싸웠던 거 다 잊자고 했잖아요? 가 내가 하고 싶던 말이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생각했지, 상대방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리라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상대방에 먼저 접근하는 사람은 공격하는 입장에 가깝다. 이때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 경계심을 푸는 게 첫 두마디 말이고, 끌어들이기 위한 게 영업과 설득이고, 정보를 얻으려면 질문을 해야 하고, 주장을 하려면 사실을 말해야 하고, 공감을 얻으려면 감정을 말해야 한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나는 다짜고짜 들이박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난 왜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하지도 않았으며 상대방의 반응을 읽고 화만 났던걸까.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화가 나는 건 인간적인 현상이지만, 왜 그렇게 여유가 없던걸까. 유일한 남자직원으로서 한쪽으로 기운듯한 사무실에서의 공기에 불안감을 느꼈던 게 클 것이다. 사무실 동료들과 아직 대화를 잘 못붙이겠다. 격주로 나뉘어 우리 조와 다른주에 근무하는 남자 선생님도 나처럼 말붙이는 성격이 아니라 참고할 만한 대상은 아니고.

난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을까? 특정 면모만이 돌출돼 보였던 것 같다. 남혐적인 발언을 했던 것, 나와 싸우게 된 뒤로 나를 가해자나 위협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특징으로 보였던 것 같다.
나를 위협으로 느꼈던 것엔 나름대로가 있었지만 오늘 싸우고 대화를 나누기 전까진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 난 단톡방에서 싸운 내용을 읽을 때 당시 내가 느낀 감정만 느낄 수 있을 뿐 상대방이 내 말을 읽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받을 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굴없는 대화가 이런 거겠지.
결국 난 상대방의 생각을 읽지 못했다. 싸우고 난 뒤로 서로 간간이 나누던 대화가 불편한 눈길로 대체된 뒤로 위험할정도로 얄팍한 공백이 생겼던 것같다.
상대방이 나를 위협으로 느꼈을 때 내가 느낀 반응은 명백히 이해할 수 없는 악의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