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 있어 첫번째로 백치를 읽어본다. 이유는 읽지는 않았지만 익히 듣는 까라마조프 형제들의 작중 주인공 알료샤(Alyosha Jaramazov)의 원형이 되는 캐릭터라고 들었고, 또 아마 인터넷 서핑 중 백치에 대한 리뷰글을 읽어서 덩달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2.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읽다보면 이따금 극중 인물들이 본줄거리와는 큰 연관이 없는 각종 사회 현상들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아직 사회비판의식과 토론문화가 남아있던 시절 당시의 왜곡되지 않은 선량한 마음씨들이 이들의 열정적인 말을 통해 전해진다. 막연히 읽고있자면 이들의 말씨로부터 따뜻한 입김이 느껴질 것 같달까.
또 한편으론 도스토예프스키 본인이 평소 하고싶던 말들을 이들이 담아내는 것 같기도 하다. 사회상들을 포착하는 게 당시대 작가들의 임무이자 소명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특성.)
->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 (생각의 나무, 2009년)에 19세기 러시아 인텔리젠찌야의 형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니콜라이 1세는 1825년 데카브리스트의 봉기 이후 서구 철학사상의 논의에 대한 엄격한 금지조치를 취하며, 이후에는 대학에서 철학과목의 개설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19세기의 러시아 철학자들은 철학을 서구에서와 같이 논리적인 체계로 발전시킬 수가 없었으며 문학과 사회 정치 평론의 형식 속에서 부분적으로 자신들의 철학적 견해를 개진시킬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서양 철학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문학 동호회들이 등장했으며, 이러한 토론에 참여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식인 계층이 러시아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식인 계층을 우리는 인텔리겐치아intelligentsija라고 부르는데 서구의 인텔렉츄얼intellectuals이라고 부르는 지적 창조의 계층과는 엄연히 구별딘다. 서구의 인텔렉츄얼, 즉 인텔리들은 공동의 지적 작업에 종사하면서 공동의 경제적 입장을 추구하는 지적 노동의 집단을 의미하는데 비해, 러시아의 '인텔리겐치아'는 사히적인 성격을 지닌 이데올로기에 의해 집결한 일종의 종파와 같은 지식인 집단을 말한다. 이들은 귀족만이 아니라 중산계층, 관리, 의사, 사제, 사생아 등등의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1850년대 이후에는 흔히 잡계급 지식인, 즉 '라즈노치네츠raznochiinets라고도 불렸다. 러시아 인텔리겐치아들은 항상 사회사상과 변혁이론에 열중하고 있었으며 특히 생시몽과 푸리에, 헤겔, 유물론,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되어 있어서 사회의 변혁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 559쪽,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 생각의 나무, 2009
18세기 초 표트르 대제(Peter the first, Peter the Great) - 엘리자베타 여제-에 이어 예카테리나 대제(Catherine the Great)가 이었던 서구화정책 중 서구사상의 도입은 푸가초프(Pugachev)의 난과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그 결을 달리 한다. 로크 등의 프랑스 계몽철학 대신 셸링, 칸트, 피히테, 헤겔 등 독일의 낭만주의와 관념철학이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푸가체프가 행한 활약을 읽고 나니 감탄스러워 다음 글에 남겨보고자 한다. 푸쉬킨의 대위의 딸에 푸가체프의 난을 배경으로 해 푸가체프 본인이 등장한다고 하니 읽어봄직하다.
3. 러시아에서 2011년에 만든 tv 시리즈가 있다. 올레tv에서 1화를 보았는데,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 감탄했다. Dostoevskiy (TV Mini-Series 2011– ) - IMDb
Dostoevskiy (TV Mini-Series 2011– ) - IMDb
With Evgeniy Mironov, Elizaveta Arzamasova, Pavel Barshak, Evgeniya Bordzilovskaya. Dostoevsky seen through the prism of his relationships, and his struggles with poverty, trial, exile and imprisonment in Omsk, Siberia, writings, gambling.
www.imdb.com
다만 추후 검색해보니, 각본가의 각색이 심해서 특정 인용구를 미래에서 가져오는 시대고증이라거나, 실제 고증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당대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하다고 느끼기에, 현재 읽고 있는 백치 및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들을 읽으면서 천천히 곁에 두고 볼만한 것 같다. 도스트예프스키의 일대기를 다룬 창작물이 이 외엔 없는 것 같다. (유튜브에 다큐멘터리는 몇 개 있어 참고로 봐도 좋다.)
4. 백치의 원형은 유로지비юродивый라고 한다. 영어로는 fool-saint, holy fool.
각종 기행을 저지르고 남모르게 선행을 하며 언어 너머의 가르침을 전했다고 한다.(죽은 개를 끌고다닌다거나, 음식점에서 테이블을 뒤짚어 엎는다던가...)
요즘 The Leftovers라는 미드를 보고 있는데, 가만 보면 Guilty Remnants하는 거랑 완전 똑같잖아?
(게다가 시즌2에 나오는 pillar man까지도 stylite에서 따온 컨셉인걸 보면 작가가 동방정교회에 꽤 정통한 모양이다.) 어쩌다보니 동방 정교회 관련 유튜브와 저서에 더해 이런 서브컬쳐부분까지 가까워지는 중이다. Lord Jesus Chirst, have mercy on me, a s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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