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21. 1. 26. 23:04

유년기동안, 난 무의식적으로 마음을 닫고 살았다. 적극적으로 열어 줄 이가 있었다고 해도 문고리에 손을 대는 정도에 그칠 뿐이었다. 

청소년기동안, 난 의식적으로 마음을 굳게 닫았다. 더 이상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며 문밖의 괴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밀쳐내며 울음을 흩뿌렸다. 어떤 이도 마음속에 다가오지 못했다.

20대부터 지금까지에 이르러, 여전히 난 마음의 문을 대체로 닫은 채로 살고 있다. 간혹 문이 반쯤 열려있던 시기에는 온갖 빛과 감정과 소음이 들어와 난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었다. 그들이 남기고 간 빈 자리를 난 치우지 않고 있다. 언젠가 돌아오기를 기대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문 너머의 것들이 들어오더라도 이제는 무저항으로 자리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난 마음을 열고 닫음으로 사람의 감정을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마음이 열리는 순간은 특별하다. 가장 휘발성이 높지만 또 가장 빛나는 희망이 온 시야를 밝힌다. 그 휘광에 눈이 먼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거절의 감정: 캄캄한 곳으로 추락하는 기분이다. 빛이 사라지고 암흑의 장막이 드리우는 순간.

거절당한 뒤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가 된다. 혼란의 상태다. 사실 혼란스러움이 가장 기저에 자리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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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漫澜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