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16. 1. 23. 02:02

크리스마스 세일 때 산 초콜렛.

봉지째로 샀던 과자는 다 없어지고 이것만 남아

올때 갈때 간간이 하나씩 입에 넣는다.

다크초콜렛 안에 들어있는 민트페이스트의 향이 강해

많이 먹긴 부담스럽지만

다크초콜렛이 진하고 부드럽게 녹아 제법 먹을만한 것같다.

상해에서 뭔가에 쫓기듯이 한국으로 돌아왔을때

내 기숙사 방에 두고온 스피어민트가 생각났다.

룸메이트 동의따윈 묻지도 않고 물통 하나를 반으로 잘라

내멋대로 키웠었지.

떠날때도 내멋대로였다. 1년간의 외로웠던 상해 

이세상에 나 혼자만 남은것처럼 

여기저기 불쏘시개로 드럼통 휘집듯이 

눈과 마음닫고 거칠게 쏘다니며 걷는 내 다리가 부러져버리길 바랬다

그러나 세상은 하루하루 멀쩡했고

결국 제풀에 못이겨 불길이 바람아래 웅크리듯

혼자만의삶, 외지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 스피어민트는 아마 룸메이트녀석이 창밖으로 내던져버렸을 것이다. 떠나기 전 작별인사도 안하는 놈에게 화가 난 나는 화장실에서 담배불을 끄지도 않은채로 두고 나갔다. 그놈한테도 엿같은 감정만이 남았을 것이다. 우린 언제부턴가 말없는 서로에게 엿같이 구는게 익숙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처연하게 혼자. 가던길을 내버리듯이 돌아오는 그 날은 우중충하면서 비안내리는 날씨도, 쓰레기통에 내버린 잡동사니와 편지들도, 룸메새끼의 자는척하는괘씸한소갈머리에도 더 이상 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을듯이

마치 아무것도없이 새하얗게 칠해진 광장에서의 일순간의 소음처럼

허언과도 같은 미래 앞에 버려진 지금까지의 삶이 그러하듯이,

내 1년간의 삶은 버려졌고 허언과도 같은 미래의 약속, 바라지도 않은 미래 앞에 내 과거는 또 한번 구겨졌다. 돌아갈길없이 되돌아볼수만있는 버려진 내 마을엔 누군가가 내이름을 계속 애타게 부르며 

이상하다. 비 한방울 안내리고 우중충한 날이었는데

생각할수록 자꾸 비가 내렸던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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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漫澜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