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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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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21. 6. 26. 20:11

일평생을 살아보낸 어미의 모습은 흡사
삭힌 생선 뼈와만 같다.
성치못한 무릎으로 뒤뚱거리는 아비와 옛적에 만나
생을 잉태하고 나를 낳았음이 일장춘몽같겠구나.
생으로 가득하던 그들의 젊을적은 푸르스레 익어가는 과일같았겠지.
나 또한 이들과 같이 봄날겨울밤 사시사철 하릴없이 여물어만 갈뿐이라.
꽃피우고 익은 열매를 떨어뜨려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로 태어났다면 말없이 살다 갈텐데,
맘대로 울지도 못하는 주제에 뜷린 입으로 저주와 거짓말을 일삼다 가는 인간이란 허수아비들.
무심한 햇살과 비바람에 뻗어나는 가지와 줄기는 무엇을 위해 비탄스런 글을 적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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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漫澜만란
일기2021. 6. 4. 22:15

입사동기와 일전에 단톡방에서 싸웠던 일로
오늘 다시 한번, 그리고 가능하다면 마지막으로, 충돌했다.
싸우기 전까지 친한 동기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싸운 이후부터 데면데면한 정도를 넘어 사람취급을 받는 느낌이 아니어서 그동안 억눌러온 감정이
오늘 아침 출근해 둘만 있던 사무실에서 터져나왔던 것이다.
싸우게 된 계기와 각자의 동기는 일상적인 사람관계가 그렇듯이 사소한 것이었다.
약간의 이권다툼, 또는 이권다툼처럼 보이는 것에 사람의 감정이 십중팔구를 채우고 나서 화약처럼 눌러붙는 것이 때가 되어 터지는 것이 사람간의 일상적인 다툼이다. 다툼을 통해 이권을 쟁취한 경우는 드물다. 애초에 이권다툼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악의를 느끼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위협, 부담, 억울함,

아무튼 상대방이 울분에 울음을 터뜨리고 나서 화해하는 대화를 통해 그간의 발단을 공유한걸로 마무리한 오늘의 말다툼을 돌이켜보면서, 상대방을 몰아세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재검토할 필요를 느꼈다.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왜 자꾸 저를 불편하게 하세요? 싸웠던 거 다 잊자고 했잖아요? 가 내가 하고 싶던 말이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생각했지, 상대방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리라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상대방에 먼저 접근하는 사람은 공격하는 입장에 가깝다. 이때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 경계심을 푸는 게 첫 두마디 말이고, 끌어들이기 위한 게 영업과 설득이고, 정보를 얻으려면 질문을 해야 하고, 주장을 하려면 사실을 말해야 하고, 공감을 얻으려면 감정을 말해야 한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나는 다짜고짜 들이박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난 왜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하지도 않았으며 상대방의 반응을 읽고 화만 났던걸까.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화가 나는 건 인간적인 현상이지만, 왜 그렇게 여유가 없던걸까. 유일한 남자직원으로서 한쪽으로 기운듯한 사무실에서의 공기에 불안감을 느꼈던 게 클 것이다. 사무실 동료들과 아직 대화를 잘 못붙이겠다. 격주로 나뉘어 우리 조와 다른주에 근무하는 남자 선생님도 나처럼 말붙이는 성격이 아니라 참고할 만한 대상은 아니고.

난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을까? 특정 면모만이 돌출돼 보였던 것 같다. 남혐적인 발언을 했던 것, 나와 싸우게 된 뒤로 나를 가해자나 위협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특징으로 보였던 것 같다.
나를 위협으로 느꼈던 것엔 나름대로가 있었지만 오늘 싸우고 대화를 나누기 전까진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 난 단톡방에서 싸운 내용을 읽을 때 당시 내가 느낀 감정만 느낄 수 있을 뿐 상대방이 내 말을 읽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받을 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굴없는 대화가 이런 거겠지.
결국 난 상대방의 생각을 읽지 못했다. 싸우고 난 뒤로 서로 간간이 나누던 대화가 불편한 눈길로 대체된 뒤로 위험할정도로 얄팍한 공백이 생겼던 것같다.
상대방이 나를 위협으로 느꼈을 때 내가 느낀 반응은 명백히 이해할 수 없는 악의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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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漫澜만란
일기2021. 3. 29. 20:03

신흥종교가 좋아, 가톨릭 불교같은 기성종교가 좋아?
글쎄, 굳이 따진다면 믿는사람도 더 많고 오래된 기성종교가 더 맘이 편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넌 미국보다 한국이 더 맞는 사람일거야. 전통이나 문화가 싫어서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은 축적된 문화가 없이 무질서한 미국문화에 진절머리를 낼걸. 물론 각 지역별로 축적된 고유문화는 있겠지, 하지만 국가차원에서 미국의 문화는 슈퍼맨과 마릴린 맨슨, 치포틀레와 만큼이나 방대하고 한데 엮을 수 없는 문화를 갖고 있어. 우리가 미국에 대해 떠올리는 감자튀김이나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것도 실상은 미국 전체를 대표할 수 있게 된 기발한 발명품 같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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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漫澜만란
일기2021. 3. 14. 05:08

한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내가 형성한 이고는 상당히 서구적인 마인드다.
지향성을 볼 때 합리적인 것, 수평적인 것(꼭 그렇다기 보다는 한국/일본에 만연한 소통 없는 수직관계를 불쾌하게 느낀다)에 이끌리고 이를 추구하다보니
한국 기준으로 봤을 때 assertive,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첫째, 몸짓에서 확고한 의사표현으로 나타난다. 걸을 때 타인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거리를 항상 유지하지만 내 행동반경 안에서 나는 자유롭게 움직인다.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지 않고 지하철 정거장/도보에서 기다리는 동안 가벼운 몸 푸는 운동도 하며, 걷는속도를 조절하면서 다른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피한다. 장요근으로 성큼성큼 걷기 때문에 걷는 모양새도 보기에 따라 약간 위압적일거라 생각한다. 나는 차량이던 사람이던 내 보행노선과 겹치게 된 대상을 지나가게 내버려둔다. 내가 먼저 양보하겠다, 랄까. 좀 우습지.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편하다.
둘째, 언어표현이다. 재밌게도, 몸짓의 확고한 표현에서 문제를 느낀적은 별로 없다. 한국 사람들은 정확한 몸짓에 대해 순간적인 예민함은 느끼지만 해가 없음을 인식하고 나면 금세 순응한다. 내리누르는 힘에 따르는 게 익숙한걸까. 하지만, 언어표현에 대해서는 다르다.
확고한 언어표현을 하는 편이다. 머리속에 드는 생각을 언어로 남김없이 표현하는 편이다. 통역을 업으로 해온 탓도 있겠다.(언어표현의 재미, 타인과 소통하는 재미를 배웠다.) 상황에 맞춰 표현을 달리 하지만, 말은 항상 한다. 한국사람들은 이를 피곤하게 생각한다.(이 부분은 확실시하고 있다.) 쇼핑시에 접객원들은 내가 말로 생각을 표현하면 내심 피곤해하는 것 같다. 남자 점원들이 특히 그렇다.(군대선임에 어쩔수없이 맞장구치는 것 같달까.) 이해는 한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일하는 사람'(근무중이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인)은 본심을 숨기고 순응하는 것에 맞춰져 있으니까.(남녀무관하게 자기표현을 하는 점원은 오히려 나와 코드가 맞다. 그래서 사실 아줌마 점원들이 더 말도 잘 받아주고 편하다.)
이는 사실 대화가 전개되기 전 단계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상하관계가 구분된 구도지만
나에게는 수평적인 구도로 관계가 인식되기 때문이다. 점원들은 비이성적 고객으로 인해(maverick customer)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은 기업에서 직원보다 고객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직원의 존재를 시급이 정해진 노동으로 파악하기 때문이지.
동국대 이상현 교수님의 서비스마케팅 수업에서 배운 '고객으로서의 자기주장은 기업와 고객 모두에게 이익과 신뢰를 준다'는 정리를 실천하고 얻은 내 해답이 이건가 보다. 잘 배운 수업이구나.

아무튼 정리해놓고 보니 난 타인과의 관계구도를 항상 수평적인 것에 맞추고 보다보니,
군에서도 장교로서 수평적인 것을 시도했으나 병사들은 아무리 잘해줘도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을 선호한다. 장교들이 병사들에게 말을 거는 건 병사들의 노동력을 사용하거나 이들을 감정적 배출구로, 그러니까 병사를 도구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관계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물론 소통을 즐기는 단계로까지 관계가 확장되었지만, 신뢰가 확보되지 못한 초단기적 관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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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漫澜만란
2021. 2. 23.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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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21. 1. 28. 02:14

번뜩이는 호기심에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닌지, 난 종종 생각한다.

관심사가 다양한 편인데, 특히 일반적이지 않은 학술적 호기심에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개인들은 내 관심사의 일부만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대화나 소통의 측면에서 봤을 때 난 항상 소통 결핍상태로 지내는 것 같다.

글을 읽는 것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방향적 소통은 가능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도무지 대화라고 할만한 대상과 장소가 없는 것에 새삼 한탄이 나오는구나.

그래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관심사가 통하면 자꾸 파고드는 성질이 생겨버렸다.

사람들을 겁을 주지 않도록 자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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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漫澜만란